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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상장폐지와 소액주주의 보호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 25 |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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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상장폐지와 소액주주의 보호

상장기업이라도 상장 유지에 따른 제반 비용과 부정적 효과를 없애기 위하여 스스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소액주주들은 타의에 의하여 상장기업으로부터 축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적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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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기업들이 상장을 원하고 있는 반면 상장기업이라 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 퇴출되어 다시 비공개기업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상장기업이 거래소 시장의 거래대상으로서의 적격을 상실하게 되면 거래소는 이를 거래대상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를 상장폐지(Delisting)라고 한다. 상장폐지는 대부분 발행회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정한 요건 충족 시 거래소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행해지지만 발행회사의 신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자발적 상장폐지의 다양한 이유
어떤 경우에 발행회사는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신청할까? 어느 회사가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못하거나, 회사의 주식가치가 시장에서 다른 주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회사는 자금조달과정에서 높은 자본조달비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대 이하의 부진한 결과가 예상된다. 이러한 회사의 주식은 자연스럽게 유동성의 문제를 가지게 되고 가격이 급락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미래 전망이 좋지 않은 회사는 시장평가에 따른 기업가치의 하락을 우려하여 상장폐지를 고려하게 된다.
또한,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 소유가 널리 분산되어 있어 경영에 적극적인 대주주에 의한 효율적인 경영통제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주주 외의 주주가 경영에 소극적인 소액주주 또는 기업경영에 간섭 가능성이 없는 펀드형 주주로 구성되어 있고, 자금이 풍부해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상장기업은 효율적인 경영통제를 통하여 고유이익을 강력하게 추구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고려하게 된다.
한편으로 주식소유가 분산되어 있는 상장기업의 주식이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면 그 회사는 적대적 M&A의 위험이 상존하게 된다. 따라서 경영권을 방어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회사는 상장을 포기하고 주식양도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는 폐쇄회사로의 전환을 고려하게 된다.
상장을 유지하게 되면 회사는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배당률을 높이는 데 많은 비용을 쓰게 되는데, 상장폐지를 함으로써 이러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상장기업은 다수의 주주를 관리하기 위하여 주식발행비용, 명의개서비용, 주주총회 소집비용 등을 지출하게 되지만 상장폐지를 하면 이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상장기업은 투명한 경영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증권시장에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공시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회사는 공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공시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직원을 배치하는 등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상장폐지를 하게 되면 회사는 이러한 공시의무 이행의 부담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자진상장폐지를 하는 회사 중에는 선박투자, 부동산투자 등의 특수목적을 가지고 일반 공모 투자자를 모집하여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형태로 설립되었다가 그 투자목적을 달성한 후 유상감자를 통해 일반 공모 투자자에게 자본금을 전액 환급함으로써 상장의 실익이 소멸돼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자진상장폐지를 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자진상장폐지를 한 주요 회사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기존 대주주나 M&A 이후 새로 경영권을 갖게 된 대주주가 경영전략상 공개매수 등의 방법으로 지분을 대부분 매집한 후 상장폐지 신청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 대주주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진상장폐지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한국외환은행을 상장폐지 할 때처럼, 모회사가 포괄적 주식교환의 방법으로 자회사의 주식을 100% 취득한 후 상장폐지를 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진상장폐지로 인한 소액주주 축출 문제 발생
상장기업의 경우 외부주주에게 주식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고, 그 주식은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금성이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장기업이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자신의 주식에 대한 환금성을 잃게 되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물론, 비공개가 된다고 해도 배당 등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와 이익참여가 보장되지만 환금성을 일차적으로 우선하는 일반투자자에게는 주식시장에서의 퇴출이 가장 큰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상장기업이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되면 대부분의 소액주주는 그 회사를 떠나는 것을 고려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장기업이 상장을 자진하여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대주주 외의 소액주주를 축출하겠다는 의사표시라 할 수 있다.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대주주는 공개매수나 장내매수를 통하여 지분을 매집하고, 주식분산요건 미달이나 거래량 미달이 될 수 있는 소유구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로 인한 거래중지의 위험 때문에 회사나 대주주가 제시하는 공개매수가격을 받아들여 주주의 지위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반면 한국외환은행의 사례에서 보듯이 포괄적 주식교환의 방법이 사용된 경우에는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된다).
만약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가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상장을 유지하기를 원해도 대주주는 직권상장폐지 사유인 주식분산요건미달 또는 거래량미달 상황을 만들어 결국 최대 2년 정도만 기다리면 직권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이 회사나 대주주의 공개매수신청이나 주식매수제안을 거부하고 상장폐지된 회사에 계속 남아 있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소액주주들은 자기의 주식을 거래하기는 어렵겠지만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비상장회사의 경우 대주주의 경영전략상 상장 상태일 경우와는 달리 많은 배당할 가능성이 크므로 비상장회사의 소액주주들은 배당수익으로 자본이득을 상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배당수익도 만일 대주주가 처음 계획한 것과 달리 회사의 모든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고 다른 소액주주들과 배당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배당이 아닌 다른 형태(예컨대 대주주 또는 계열회사와의 거래, 경영진에 대한 거액의 보상 등)로 회사의 수익을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독점시킬 가능성도 크다.
또한, 소액주주들이 비록 회사의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지만 비상장회사는 상장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소액주주권 행사가 어렵고, 공시를 통한 경영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주주가 배당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회사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견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액주주의 정당한 이익보호장치 필요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 거래소에 상장폐지신청을 하면 된다. 필요한 요건은 자진상장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소액주주보호절차의 이행이다. 상장폐지신청이 있더라도 거래소는 시행세칙에서 정하는 ‘투자자 보호사항’의 이행 여부를 고려하여 상장·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상장규정에 의하여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에게 매수기회를 주었는지 여부를 상장폐지신청에 대한 거부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소액주주들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매수가격이 경영진 및 대주주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소액주주가 이를 다투고 싶어도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 이는 보상가격에 대한 분쟁을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소액주주의 사법적 보호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선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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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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