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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절차의 하자와 가처분에 의한 구제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 21 |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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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절차의 하자와 가처분에 의한 구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입찰에서는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해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입찰참가자의 가처분 신청에 의해 입찰절차의 속행금지 및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의 보전을 구하는 법적 구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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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업의 수요물품 조달이나 공사 및 용역 도급은 국가계약법 등의 관계 법령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하게 되어 있다. 규모가 크고 원활하며, 안정적인 대금지급이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공공계약 입찰과정에서 법적 분쟁 다수 발생
그러므로 입찰을 주관하는 국가(조달청)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공급자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관련 법령이나 내부 규정 등을 통해 낙찰자 선정을 위한 절차와 심사기준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 객관적 의미가 명백하고 모든 예상 가능한 사안을 포괄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입찰참가자들과 입찰실시기관 사이에 규정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분쟁이 생기게 마련이며, 그 중에 상당수는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하자 있는 입찰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계약이 체결되고, 그에 따라 계약 이행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면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기존 질서가 정립된다. 이러한 단계에서 뒤늦게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고 입찰절차의 하자를 바로 잡는 것은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소송을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소의 이익 또는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입찰절차의 하자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당연히 그 권리구제가 너무 늦어서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본안 소송보다는 가처분 소송에 의하는 것이 실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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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계약, 국가 등이 사경제 주체로 행하는 계약체결 과정
그런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입찰도 그 법률적 성질로 보아서는 국가 등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경제(私經濟)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이다. 이는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입찰에 참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아직 계약이 체결되기 전이기 때문에 입찰참가자에게 어떠한 계약상의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입찰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권리구제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의 실무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입찰참가자의 권리구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입찰절차에 관하여는 입찰실시기관의 행위적법성과 절차투명성이 상당히 담보돼 있다. 따라서 입찰에 참가하는 자들은 입찰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 나머지 입찰절차가 관계 법령 등이 정한 규정에 따라 계속 진행되리라는 신뢰 내지 기대를 갖게 된다. 이러한 신뢰나 기대는 관계법령 및 신의칙 등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법적 이익이다. 만약 입찰실시기관이 관계법령 및 입찰공고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나 기준 등에 위반한다면, 그 같은 잘못은 입찰절차에 관한 규정을 둔 취지나 공공의 이익, 그리고 입찰에 참가한 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자가 있는 입찰절차에 의해 피해를 입은 입찰참가자는 낙찰자선정의 무효 확인이나 낙찰자 또는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지위 확인, 절차의 속행금지 등 재판상의 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2429 판결 등).

 

입찰절차 하자가 중대해 공정성 해칠 경우에만 무효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입찰절차는 기본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계약체결을 하기 위한 행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법원은 수많은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법리를 일관되게 설시하고 있다. 즉 이른바 공공계약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입찰절차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해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입찰절차의 하자가 그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 또는 누가 보더라도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무효가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6. 6. 19.자 2006마117 결정, 대법원 2012. 9. 20.자 2012마1097 결정 등 다수의 판례).
따라서 위와 같은 재판상의 권리구제는 낙찰자 선정의 내용과 그에 이르기까지의 절차가 객관적으로 보아 위법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함으로써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고등법원 2011.10.20.자 2011라1243 가처분 사건에서, 피신청인 대한민국은 신청인 법인의 대표자 등록정보 미변경을 중대한 하자로 보고 신청인에 대한 실시설계적격자 취소통보를 한 후 같은 날 곧바로 경쟁 컨소시엄을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하였다. 또한, 신청인들이 즉시지위보전등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 대한민국은 경쟁 컨소시엄을 낙찰자로 결정하고 본계약까지 체결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피신청인의 위와 같은 입찰 진행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즉 법원은 신청인의 대표자 등록정보 미변경이 이미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된 신청인들의 입찰 전체를 무효로 봐야 할 만큼의 중대한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피신청인의 행위는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하므로 무효이고, 신청인들이 여전히 실시설계적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청주지방법원 2009. 5. 19.자 2009카합27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발주기관이 우선협상자를 선정해 통지까지 하게 되면 그로써 우선협상대상자의 사법 및 대외적 권리가 확정되는 것이므로, 우선협상대상자는 그 권리에 기초하여 발주기관을 상대로 계약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갈 ‘특정의무의 이행(Specific Performance)’을 소구(訴求)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법리의 선언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법원은 발주기관이 임의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상대로 한 계약체결 협상의무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그러한 의무불이행이 금전적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체결을 위한 협상의무’ 그 자체를 이행하도록 재판상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란

우선협상대상자란 경쟁입찰에서 여러 입찰업체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1차로 추려진 업체를 말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일정기간(배타적 협상기간) 동안 우선적으로 계약체결을 위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이유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함으로써 보다 용이하게 협상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통상 1개 업체가 선정되지만 제시조건이 유사하면 2개 이상 업체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반드시 최종낙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의 공정성과 합목적성의 비교 형량이 핵심
요컨대 입찰절차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는 ‘공익’과 ‘사익’ 간의 비교형량 내지 ‘절차의 공정성’과 ‘가장 적합한 낙찰자 선정이라는 합목적성’ 중 어느 쪽을 우선시 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가처분을 통한 권리구제를 원하는 입찰참가 기업들로서는 위에서 살펴 본 판례의 대원칙, 즉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해할 만한 중대한 하자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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