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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기주식 처분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 20 |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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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기주식 처분

자기주식(自己株式, Treasury Stock)이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그 회사가 다시 매입하거나 질권의 목적으로 재취득하여 보관하고 있는 주식을 말한다.  경영권 분쟁 시 자기주식을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제3자에게 처분하게 되면 상실됐던 자기주식의 의결권이 부활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이해관계 충돌 시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문제 및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 문제 또한 존재하므로, 자기주식 처분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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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자기주식을 취득하게 되면 회사가 스스로 회사의 구성원이 된다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식이 발행된 이상 하나의 재산권으로서 증권화 돼 유통되고 있으므로, 그 취득이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주식의 취득을 무제한으로 인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환급(還給)이 되어 자본유지(충실)의 원칙에 반하게 되므로,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서는 일정한 요건 하에서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자기주식 취득의 경제적 본질은 사실 이익배당이나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즉,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재무이론에서는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2가지 전형적인 방법으로 이익배당과 자기주식 취득을 들고 있다.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자기주식 취득은 유상감자나 이익배당과 동일하고, 자본금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정확하게 이익배당과 동일하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게 되면 그 법률적 효과로서 의결권이 상실된다(상법 제369조 제2항). 왜냐하면 회사 그 자신에게 주주로서의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득했던 자기주식을 타에 처분하게 되면 상실되었던 의결권이 다시 부활하게 된다. 자기주식을 타인이 취득하게 되면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자기주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자기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그 법적 효과로서 의결권이 부활할 뿐만 아니라, 환급되었던 자본이 다시 회사에 납입되는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면 자기주식 처분의 법적 성격은 무엇으로 볼 것인가? 우선 가능한 하나의 시각은 자기주식 역시 상품이나 부동산, 혹은 타 회사의 주식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자산으로 보고 그 거래를 손익거래로 파악하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자기주식을 처분하면 현금유입이 발생한다는 점에 근거를 둔다. 세법상으로는 자기주식의 처분을 과세처분의 대상이 되는 손익거래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시각은 자기주식 처분을 신주발행과 마찬가지로 자본거래로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주식의 취득은 자본금의 환급이고, 자기주식의 처분은 자본금의 납입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자기주식 처분의 법적 성격을 그 경제적 실질과 동일하게 파악하는 이론이다. 자기주식을 처분하면 의결권이 부활하여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신주발행과 유사하다는 점에 이론의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회계기준(K-IFRS)상으로는 자기주식을 자본의 차감항목으로 규정하고 그 취득 및 처분을 자본거래로 보고 있다.

 

자기주식 처분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
한편, 자기주식 처분 시 의결권이 부활하는 점에 착안해 종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은 회사의 자금으로 시장에서 자기주식을 미리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가, 실제로 경영권 분쟁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를 우호적인 제3자(백기사)에게 매도해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사용해 왔다.
2003년 SK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시에도 그랬고, 2015년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의 경영권 분쟁 시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와 같이 자기주식 처분을 함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은 현행 상법상 자기주식의 처분 시 주식을 처분할 상대방을 포함한 처분방법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가능하다.

 

백기사(White Knight)
기업들 간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 진행되는 경우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주주를 백기사(White Knight)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외국계 자본인 소버린이 SK 지분 14.99%를 보유하고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하자 신한, 하나, 산업은행이 SK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백기사 역할을 했던 것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안에 대한 주주총회 통과를 위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KCC에 매각해 우호세력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분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적대적 M&A에 대비해 미리 백기사를 확보하기도 한다. 2008년 12월, 국민은행과 포스코가 3천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맞교환한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확보한 KB금융지주 지분이 있지만 모회사 주식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포스코 주식과 맞교환했다. 타사 주식은 투자유가증권으로 분류돼 자기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국민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0.2%p 올리게 됐으며, 지분분산으로 적대적 M&A에 취약한 포스코는 국민은행을 백기사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주주의 권리 침해 우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만약 자기주식 처분 목적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지배주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유롭게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고 한다면(손익거래설의 입장), 이는 사실상 회사의 돈(보다 엄밀하게는 반대주주까지 포함한 전체 주주의 돈)을 통해 지배주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결과는 특히 이해관계 상충상황에서 문제가 되며, 경영권 분쟁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대량으로 자기주식을 특정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은 다른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볼 여지가 매우 크다.
또한, 자기주식 처분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상법상 신주발행 방식은 주주배정이 원칙이고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경제적 관점에서 자기주식 처분은 신주발행과 동일하다. 자기주식의 처분을 그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신주를 발행하는 거래로 대체하여 생각하면, 심지어 회사의 자본금에 미치는 영향마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므로 만약 자기주식 처분을 이사회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이는 이사회가 자의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것과 그 효과에 있어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주식을 처분함에 있어서도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며, 특히 자기주식 처분이 신주발행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 착안, 신주발행 절차를 유추 적용해 규제하여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자본거래설의 입장). 자기주식의 처분에 의하여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으며, 특히 대량의 자기주식 처분에 의해 회사의 지배권(Control)마저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를 이사의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Proportionate Interest) 보호를 위해 우선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자기주식 취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주식 처분에도 공정성이 요구됨
이와 같은 비판적 시각 하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 처분 절차에 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위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행 상법의 태도에 대하여 사뭇 비판적이다. 현행 상법은 “자기주식을 처분할 상대방이 불공정할 경우 그 회사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며, 따라서 주식을 처분할 상대의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주식평등의 원칙에 따를 것을 규정한 독일 주식법이나 또는 신주발행 절차를 따를 것을 규정한 일본 회사법과 같은 해외 입법례를 참조하였다. 그리하여 회사가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각 주주가 가진 주식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도록 하되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3자에게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종래 경영권 분쟁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이용해 우호세력을 확보하던 관례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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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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