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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의무와 법률상 책임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2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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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의무와 법률상 책임

 

회사의 경영을 실제로 담당하는 이사들은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 및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경우에는 법적 책임이 면제되며, 이를 경영판단의 원칙이라고 한다.


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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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의 눈부신 성장을 일구어 낸 견인차로서 인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예컨대 국부론을 제창한 아담 스미스(Adam Smith:1723~1790)는 주식회사 형태에 대하여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미스에 의하면 주식회사를 실제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필요한데, 경영자는 회사를 위하여 주주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자는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경제적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커질수록 주주가 경영자를 감독하고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므로 주식회사 형태는 널리 이용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빗나갔다. 다만 스미스는 현대 주식회사 제도의 핵심적 특성 중 하나인 대리인 비용(agency cost)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였다.


대리인 비용과 기업지배구조

대리인 비용은 자원의 소유자인 경제주체가 타인을 통해 거래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일종이다. 대리인 비용은 회사 내부에서의 거래에서 특히 중요하다. 경영자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항상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회사의 자원을 통제하는 경영자는 그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하게 된다. 그 외에도 회사에서는 대주주와 소수주주, 주주와 채권자 사이에서도 대리인 비용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사회 전체의 후생 역시 극대화하지 못한다.

대리인 비용을 어떻게 극소화할 것인가? 주주의 이익과 경영자의 이익을 일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경영자에게 스톡 옵션(stock option)을 주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주가는 경영자의 성과 외에도 세계 경제의 흐름이나 산업의 부침 등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영자의 성과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지표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들은 보상을 노려 단기실적 위주로 경영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이란 그로부터 보상을 받는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다시 대리인 비용이 발생한다. 풀기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사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

법률적으로는 회사의 경영을 책임진 이사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 강력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규제를 할 수 있다. 민사책임의 대표적 예는 손해배상이고, 형사책임의 대표적 예는 업무상 배임죄에 의한 처벌이다. 

그러면 이사는 어떠한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가? 우선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모든 경영상의 판단을 내려야 하며 다른 이사와 회사 임직원들의 직무수행을 성실히 감독해야 한다. 이를 이사의 주의의무(Duty of Care)라고 한다. 이사의 주의의무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보호 하에 수행된다. 

또한 이사는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 상황에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를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라고 한다. 상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적용되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놓았지만 그 범위는 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법에서 규정한 것은 예컨대, 이사의 보수를 이사 스스로 정하지 못하도록 한 것, 이사가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영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 이사가 스스로 회사와 거래하는 행위(Self-dealing)를 금지한 것,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 및 자산을 유용하는 행위(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를 금지한 것 등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의 재벌 그룹을 비롯하여 많은 기업의 총수 및 이사들이 이러한 의무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배상을 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경영판단의 원칙

이와 같이 경영자가 이사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민형사상 제소를 당했을 때 쓸 수 있는 유용한 방어수단이 경영판단의 원칙이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미국 판례법에 의하여 발전된 이론으로서, 지금은 우리 나라의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 요지는 이사가 그 권한범위 내에서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에 의거하여 행동한 경우 그 결과가 회사에 손해를 초래하게 되더라도 이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적인 책임만을 의미하며 예컨대 해임, 징계 등의 경영상, 인사상 책임까지 면제된다는 의미는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경영자들이 끊임없는 이노베이션과 모험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셈이다. 만약 실패한 투자가 생길 때마다 경영자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누구도 소신껏 직무수행을 할 수 없고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행태만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경영판단의 원칙과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1985년 트랜스 유니언 사건(Trans Union Case)이다. 미국 델라웨어 주에 소재한 트랜스 유니언은 열차제작회사로서 1980년 다른 회사와 합병계약을 체결하였다. 상대방 회사는 트랜스 유니언 주식 모두를 시가보다 20불 높은 주당 55불에 매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당시 트랜스 유니언의 이사들은 CEO가 제시하는 합병안을 이사회에 나와 비로소 접하였고 약 2시간 남짓한 시간에 걸쳐 그 내용을 보고받아 결정하였다. 합병계약서 자체는 CEO 반 고콤(Van Gorkom)이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싸인한 것이다. 합병가격이 주식 시가에 50%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라 누구도 이 딜이 주주들에게 해로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델라웨어 주 법원은 트랜스 유니언의 이사들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결하고 이사들에게 2,300만불이 넘는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이와 같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사전에 사안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숙지하고 신중한 자세로 전문가의 자문도 구하는 등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미국 기업의 이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판결 2위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98년 고려대 경영대학의 장하성 교수 등 참여연대가 주도하여 제기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사건이 가장 유명하다. 이 사건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천전기를 인수한 의사결정이 경영판단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1997년 삼성전자는 중전기사업체였던 이천전기의 주식 85.3%를 매수하고 신주를 인수하여 대주주가 되었는데 투자금액이 2,000억 원에 달하였다. 이천전기는 삼성전자가 인수할 당시부터 자본잠식상태에 있었고 재무구조도 매우 열악하였다. 더욱이 IMF 경제위기가 닥치자 이천전기는 도산 지경에 이르렀고 삼성전자는 이천전기의 주식 전부를 제3자에게 95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1,904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2003년 서울고등법원은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제1심 판결을 뒤엎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여 이사의 책임을 면제하였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이천전기를 인수하기 1년 전부터 미리 실무자로 하여금 중전기사업에의 참여 필요성 및 사업성에 관하여 검토하게 하고, 재무구조개선방안, 향후 손익전망, 경영방침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하게 한 점 및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담당 이사로부터 사업의 필요성, 신규법인 설립보다 이천전기 인수가 유리한 사정, 재무구조개선으로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등의 설명을 들은 후 인수를 결정한 점을 중시하여, 이런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우리 나라 기업들의 이사회 운영 실태를 고려하여 한국적 사정에 맞춘 판결로 볼 수 있다.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지지되었다.

이와 같이 경영판단의 원칙은 기업을 실제로 경영하는 이사들에게는 그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유용한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 합병 주총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상황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는 이사의 주의의무(Duty of Care)가 아니라 충실의무(Duty of Loyalty)가 적용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 이사는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절차와 형식, 내용에 있어서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Entire Fairness Doctrine).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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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사법연수원 18기로 수료(1989)한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삼성그룹(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사내변호사, 미국 폴 헤이스팅스 법무법인, 법무법인 광장 및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를 지냈다. 

회사법, M&A, 금융, 증권, 보험, 사모펀드, 영업비밀, 지적재산권, 벤처 등의 전문분야를 다루고 있다.

·서울대 법대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Harvard Law School LL.M.(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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