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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의한 명예훼손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19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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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의한 명예훼손

방송에서 어떤 사건을 보도하면서 보도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자료화면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볼 때 그 등장인물이 실질적으로 특정되고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된다면 방송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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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자신의 모습이 방영되었는데, 그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면 어떨까? 방송의 내용이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특히 그것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가 문제이다. 진실하지 않은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는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TV 시사보도 프로그램 등에서는 간혹 사건과 관련 없는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시청자에게는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마치 그 사건의 관계인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편집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화면에 등장한 인물은 언론사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를 위해서는 화면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피해자임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성명을 표시하거나 얼굴 사진을 게시하는 등은 전형적인 특정 방법이다. 변조되지 않은 음성을 상당한 시간 동안 방송한 사안도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무관한 자료화면 사용 시 명예훼손 가능
사례를 살펴보자. 유명한 배우 이병헌 씨 협박 관련 사건이다. 모델 A씨는 패션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뒤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 9월 문화방송(MBC)이 방영한 모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는 이병헌 씨를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걸 그룹 가수와 모델 사건을 보도하면서 A씨가 등장하는 패션쇼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냈다. 영상은 약 6초 분량이었다. 여기에 A씨의 성명과 영상의 출처는 표시되지 않았다. 그 중 2초 정도는 패션쇼 전체 영상이었고, 나머지 4초 가량은 모자이크 된 A씨의 얼굴 등이 단독으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이 영상과 함께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이 방영되었다. A씨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지만 A씨라는 것을 알아보기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모델 A양은 협박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A씨는 이후 MBC와 해당 프로그램 제작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위자료 1억 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프로그램 첫 머리에 정정보도문을 내보내고 MBC 등은 A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하였다. 이유는 “MBC는 A씨가 나오는 영상을 방송하면서 화면 좌측상단에 ‘자료화면’이라고 표시하였고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하였으니, 방송이 A씨를 특정해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다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2015다252969 판결).
대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화면에 ‘자료화면’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글씨가 작아, 오히려 화면 아래쪽에 큰 글자로 표시돼 있던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이 훨씬 더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또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건과 상관없는 일반적인 모델 선발대회 영상이라기보다는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특정 피의자에 관한 과거 영상자료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나아가 “TV 방송보도의 경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여부는 그 보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 시청자가 보통의 주의로 방송보도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보도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등 그 보도내용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면서, “문제의 방송이 A씨에 관한 진실하지 않은 사실적 주장 또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를 했으므로 A씨는 정정보도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명예훼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특정이 전제
진실하지 않은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는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보도내용과 피해자 사이의 개별 연관성 내지 피해자의 특정을 전제로 한다. 인격권이 개인적 법익인 이상, 그 행사 주체가 특정되지 않으면 침해주장이 인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정정보도 청구를 할 수 있는 피해자는 해당 보도내용에서 지명이 되거나 그 보도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피해자의 특정은 어느 정도로 되어야 하는 것일까? 사람의 성명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기사나 영상 그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였을 때 그 보도가 나타내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된다. 
피해자의 특정 여부는 예컨대, ‘서울대 여학생’, ‘삼성동 주민’ 등과 같은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관련해 논의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외의 사안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방송사에서는 명예훼손을 우려하여 익명 처리를 하거나 개별 연관성의 소지가 있는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방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판례를 살펴보면, 피해자의 얼굴과 승용차 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욕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성을 변조한 다음 피해자 주택을 방영한 사안에서는 피해자 특정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05다51426 판결) 반면에, 피해자의 미용실 간판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이름이나 얼굴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용실이 ‘오산시’에 있다는 자막과 함께 입점 건물의 다른 상가 간판을 방영하고 피해자의 인터뷰를 음성변조 없이 방송한 사안에서는 피해자가 특정이 되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다49766 판결).
이러한 법리를 이병헌 씨 협박 관련 방송보도 사건에 적용해 보자. 이 사건 모델 영상은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4’ 최종회에서 무대를 걷는 A씨의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하였다. 여기에 A씨의 이름 및 영상의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상태로 위 화면을 방송보도에 삽입하였다.
그러나 모자이크 처리에도 불구하고 얼굴 윤곽, 의상의 종류와 색, 걷는 자세, 머리 스타일의 구분이 가능하였다. 특히 참가자들의 얼굴, 의상, 걷는 자세, 스타일 등에 주안점을 두고 순위를 매기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A씨의 주변 사람들 또는 프로그램 제작진, 참가자, 시청자들은 이 사건의 영상 속 등장인물이 A씨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따라서 A씨는 이 사건의 모델 영상과 개별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피해자 특정 여부에 대한 사전 점검이 필수
A씨의 음성이 노출되지 않은 점은 피해자를 특정함에 있어 소극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참가자의 개성이 강조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으로 인해 시청자들까지도 모자이크된 등장인물이 A씨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피해자의 특정사실이 적극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도를 할 경우 방송사가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굴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나아가 해당 보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주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장인물이 실질적으로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러한 법리는 방송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방송 제작자나 피해자, 법률가들에게도 실무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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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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