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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와 이행보증금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10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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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와 이행보증금

M&A과정에서는 양해각서 체결 이후 실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본계약의 체결을 강제하기 위해 이행보증금 약정을 두는 경우가 있다. 종래 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규정하고 매수희망자가 본계약 체결을 거부할 경우에는 이를 전액 몰수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이러한 관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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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기업인수합병)중에는 상대방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여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등 적대적 수단을 통하여 기업을 인수하는 적대적 M&A도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미도파,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 등 몇몇 사례만이 존재할 뿐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적대적 M&A보다는 상대방 경영진과의 우호적인 협의 하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주식대금을 지불함으로써 기업을 인수하는 우호적 M&A가 보다 일반적이다. 우호적 M&A는 보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본계약 체결을 강제하기 위한 이행보증금 약정
그런데 종종 양해각서 체결 이후 실사를 하기 전에 매수자로 하여금 이행보증금(위약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특히 매수자에 비하여 매도자의 협상력이 우월한 매도자 중심의 M&A에서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매물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행보증금은 통상적으로 매매예정가액의 5% 정도를 매수희망자로 하여금 미리 납부하도록 하여 사실상 본계약 체결을 강제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매수희망자가 그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기 납부한 이행보증금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매수희망자는 이행보증금을 날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본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행보증금 5%는 작은 금액 같지만, 기업의 덩치가 큰 경우에는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된다. 산업은행이 2008년 매각을 시도하였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한화 컨소시엄의 매수예정가가6조 3,000억 원이었고, 이행보증금은 3,150억 원이었다. 또한 2010년 진행된 현대건설 M&A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었던 현대상선 컨소시엄의 매수 예정가는 5조 5,100억 원, 이행보증금은 2,755억 원이었다. 이와 같이 몇 조 단위의 메가 딜(Mega Deal)이 진행될 경우에는 이행보증금의 액수도 몇 천 억 원에 이르게 되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이행보증금 약정을 위약벌로 규정할 경우에는 더욱 강력한 효과 발생
한편 M&A 과정에서 이행보증금(위약금)을 약정할 경우에는 계약서상으로 그 법적 성질을 위약벌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법상 매매계약에서 위약금을 약정할 경우 그 법적 성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경우가 있고 ‘위약벌’인 경우가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매매계약의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반대 당사자가 입게 될 손해의 액수를 나중에 증명하는 것이 번거롭거나 어려울 수 있으므로 미리 그 금액을 예정해 놓고, 만약 어느 일방이라도 계약을 위반하게 되면 위약금 액수만큼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금액만큼 배상하도록 정한 것이다. 반면에 위약벌이란, 매매계약의 일방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배상과는 관계없이(또는 손해배상에 더하여) 계약위반에 대한 일종의 벌(Penalty)로써 그 금액만큼을 몰취하도록 정한 것이다. 우리 판례상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그 효과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경우에는 법원에서 그 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판단하여 만약 금액이 과도하게 크다면 법원의 재량으로 적정 수준으로 감액하는 것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위약벌로 해석된다면 그러한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이 가능할 뿐 법원이 재량으로 이를 감액할 수는 없다.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것은 예컨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난다든지 혹은 범죄로 볼 수 있을 만큼 위법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무효로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M&A 과정에서 이행보증금을 약정할 경우 우월한 협상력을 가진 매도자 측에서는 감액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위약벌로 규정하기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약벌의 범위 제한
이러한 M&A 과정에서 이행보증금 약정의 성질 및 효력에 관하여 최근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은 유명한 대우조선해양 M&A 사건과 관련된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양해각서상 위약벌로 명시한 이행보증금에 대하여 그 문언에 관계없이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재량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선고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은 앞으로 M&A 업계의 관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바, 간략하게 사실관계 및 판결의 의미를 살펴본다. 산업은행이 주관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딜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 컨소시엄은 2008년 11월 14일 산업은행과 사이에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11월 19일 매매대금의 5%인 3,150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납부하였다. 양해각서에 따른 본계약은 2008년 12월 29일에 체결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무렵 미국에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화 컨소시엄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08년 12월 26일 한화 컨소시엄은 산업은행에 계약체결시기 연기 및 잔금납부방법 변경을 요청하였다. 주요 요청사항은 첫째, 인수대금 잔금지급 조건을 완화해 줄 것, 둘째, 본계약 체결 이전에 확인실사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었다. 노조 또한 중요한 변수였다. 한화는 양해각서 체결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실사할 계획이었으나,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서 실사가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산업은행과 한화는 계약조건의 일부 변경 등을 협의하였지만 결국 결렬되고, 산업은행은 2009년 1월 22일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매도인의 권리로서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몰취하였다.
한화 컨소시엄은 이에 반발하여 2009년 6월 이행보증금 반환청구에 대한 민사조정을 신청하였고, 2009년 11월 20일 조정이 불성립되었다. 그 후 서울중앙지법에서의 제1심 소송에서는 2011년 2월 10일 한화 측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제1심 판결 이유에 따르면 한화 컨소시엄은 정당한 이유 없이 최종계약 체결시점인 2008년 12월 29일까지 계약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양해각서를 위반, 산업은행의 이행보증금 몰취는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제1심 법원은 이행보증금의 성질에 관하여 이를 당사자가 합의한 대로 위약벌로 보아야 하고, 그 액수가 3,150억 원이나 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제1심 판결은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러한 하급심 판결의 태도는 대우조선해양이 상장회사로써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었으므로 재무제표를 신뢰할만하고 따라서 실사를 진행하지 못하더라도 본계약을 체결함에 부당함이 없다는 판단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즉 이 사건 이행보증금은 그 명칭 여하에 관계없이 그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야 하고, 3,150억 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법원이 재량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이행보증금은 매도인인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으로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를 원하는 한화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문언 그대로 위약벌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하게 된 배경에는 때마침 터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도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무렵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서도 수년간 분식회계를 통하여 엄청난 규모의 부실을 감추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으로써 하급심 판결의 기초가 되었던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었고, 따라서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한화 측에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생겼던 것이다.

 

 

향후 M&A업계에 큰 파장 예상
이 판결은 향후 M&A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거액의 이행보증금을 약정할 경우 그 법적 성질을 계약서에 위약벌로 명시하고 당사자가 그와 같이 합의하더라도 법원은 이에 구애 받지 않고, 그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새길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한 점이다. 앞으로 M&A 업무에 종사하는 변호사들로서는 이행보증금 약정을 보다 확실하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우호적 M&A의 통상적인 진행 과정
잠재적 매물/인수자 모색 ➞ 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 발송 ➞ 의향서(LOI:Letter of Intent)제출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양해각서(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체결 ➞ 실사(Due Diligence)진행 ➞ 계약조건 협상 진행 ➞ 본계약 체결 ➞ 선행조건(CP:Condition Precedent)이행 ➞ 이행완결(Closing)➞ 인수합병 이후의 통합작업(Post M&A) ➞ 자금회수(E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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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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