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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과 채권단 자율협약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9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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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과 채권단 자율협약

경영상 어려움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경우 채무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면 법원에 의해 진행되는 기업회생(법정관리)이나 파산의 길을 가야 한다. 이는 경영실패에 책임이 없는 기업의 거래처와 직원 등여러 선의의 이해관계자들에게도 금전적 손실과 희생을 강요하는 절차이다. 그래서 이러한 최후 수단보다는 사전적 구조조정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채권금융기관과 맺는 자율협약 위주로 진행되는 사전적 구조조정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채권금융기관의 이익만을 위하여 비효율적, 편파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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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기업의 구조조정은 과다부채, 유동성 부족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절차이다. 때로는 기업 스스로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하나 채무자인 기업의 힘만으로 부족할 때는 채권자 주도형 또는 법원 주도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채권자 주도형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채권 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 및 워크아웃이 있고, 법원 주도형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법정 관리(기업회생)가 있다. 부실기업 처리의 강제 성을 따지면 법정관리>워크아웃>자율협약 순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의 자율성이 가장 많이 보장되고, 따라서 기존 경영자가 누리는 효과가 가장 커야 할 자율협약이 실제 로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금의 현실은 은행 위주의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일부 위법 가능성이 높은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채권단 자율협약 진행시 공정성 시비 발생하 기도


근래 자율협약이 진행되었던 몇몇 사례를 살펴 보자. STX, 금호, 동부 등의 사례에서 채권단은 예외 없이 기존 경영진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100대 1 감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박탈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감자가 경영위기에 빠진 모든 기업에 대하여 모두 똑같이 적용되 어야만 한다는 필요성과 공정성 그리고 적법성 의 근거는 찾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채권금 융기관이 별다른 합리적 이유도 없이 정치적 이유나 경영진과의 친소관계 등에 의하여 비효율적, 편파적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부제철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의혹이 부각되었다. 채권단은 STX에 대해서는 2 조 원, 금호에 대해서는 2조 6천 5백억 원의 출자전환으로 경영권을 박탈한 데 비해 동부제철에 대해서는 단지 530억 원의 출자전환만으로 채권단이 51%의 지분을 확보하여 경영권을 박탈하였다. 뿐만 아니라 100대 1 감자의 근거가된 자산부채 실사에서도 토지 및 건물에 대하여 STX나 금호는 장부가 혹은 감정가로 평가한 반면 동부제철은 공시지가로 평가함으로써 실제 가치를 과소평가하였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와 같은 과소평가를 통해 억지로 자본잠식 상태를 만들어 대규모 감자가 불가피한 논거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위 사례들의 경우 구조조정을 주도한 주채권 은행은 모두 국가기관이나 다름없는 산업은행 이었다. 산업은행은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부실 경영 및 분식회계 과정에도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책은행이 포함된 채권단이 이러한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하면 정부 차원에서 특정기업은 봐 주고 다른 기업은 죽인다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형평성이 문제가 되고 실사자료의 공정성이 문제가 된다면, 자칫 감자무효 소송으로 감자 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시장에 더 큰 혼란만을 가져올 것이다.

 

제3자(법원)가 공정성을 판단하는 법정관리와 다르게 자율협약 이나 워크아웃은 일정한 기준이 없이 일방 당사자인 채권단이 주도권을 갖게 되어있다. 유동성 압박에 처한 기업이 채무조정 과정을 거쳐 자율협약 단계에 이르면 기업과 채권금융기관 사이에는 소위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따라서 채권단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권박탈은 다분히 기업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띠게 된다. 공정성•형평성 이슈가 징벌적 감자의 형태로 나타나면 기업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구조조정의 실패라는 결과 및 그 책임 문제 등 또 다른 분란의 시작이 된다.

 

 

무차별적인 징벌적 감자는 또 다른 문제의 시작


한편 기존 경영진의 경영실패 책임을 묻는 것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다른 특수 관계인 및 계열 금융회사까지도 일률적으로 죄인 취급하여 100대 1 감자에 동참시키는 것도 문제이다. 구조조정 기업이 계열 보험회사를 두고 있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수많은 보험계약자로 부터 거두어들인 보험료로 자산을 형성하고 이를 잘 운용하여 수익을 냄으로써 보험금 지급에 만전을 기하고 건전한 운영을 하여야 하는 계열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횡령이나 배임 등 범죄적 행위로 재산을 빼돌림으로써 회사가 부실에 빠진 경우가 아닌 바에야 외부 경영환경의 변화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의 대주주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실 패의 책임을 지울 것은 아니다. 자기 책임이 아닌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고 위헌적 요소마저 엿보인다.절차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채권단에서는 감자의 전제로서 자율협약 대상 기업의 대주주로부터 감자동의서를 받는다.

 

그런데 채권단은 대주주에게 동의서는 요구하면서 정작 대주 주(상장법인인 법인주주)의 이사회에서 동의 여부를 판단할수 있는 충분한 근거자료는 제공하지 않는다. 동의서의 문구도 “향후 감자를 포함한 채권단의 결정 및 조치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대단히 일방적이고 강압적 이다. 이사회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끊겠 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뒤집어 보면 은행들이 자율협약의 정신에 반하여 채무불이행을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자율협약이란 유동성 부족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경영정 상화에 필요한 조치를 채권단에 위임한 것이다. 그러므로 채권 단은 위임의 본지에 맞게 자금지원 등을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고 악화된 경영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 그 일차적인 의무이자 책임이다. 경영권박탈 은 위임의 본질이 아니다. 자율협약을 빌미로 그 권한을 남용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율협약의 이름에 걸맞는 실무관행 확립이 필요


기업에 있어서 경영권은 무엇보다도 귀중한 사유재산권이다.외부 경영환경의 변화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까지 무조건적으로 경영실패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을 찍고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국민의 사유재산권 침해이다.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자율협약 실무는 마땅히 개선되고 지양되어야 한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기업은 어떻게 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보다 선의의 기업이다. 왜냐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채권 동결과 탕감이 불가피하여 채권자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격을 염려하여 법정관리 보다는 자율협약을 선택한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보호를 해주어야 자율협약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법정관리에서 조차도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 Debtor-in-Possession) 를 통하여 경영권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는 효율성을 최고로 치는 미국의 기업갱생제도 하에서도 일반적인 관행으로 정착 되어있다. 결국 이는 경영자를 보호한다는 측면보다는, 경영과 기업정상화는 채권단보다 기존의 경영자에게 맡기고 감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자율협약 제도가 운영되지 않는 다면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기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주주 경영자는 징벌적 경영권박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대주주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의 기회를 택하기보다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시점까지 무리한 경영을 고집하게 될 우려도 있다. 기업구조조정 측면에서 국가경제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향후 채권 금융기관들이 시장경제의 안전판으로서 적법하고 타당한 방식으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자율협약의 이름에 걸맞는 제대로 된 실무관행을 확립할 것을 기대해 본다. 

 

 

*DIP (Debtor-in-Possession) 제도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해서 경영을 맡기는 제도를 말한다. 종래 법정관리 제도 하에서는 법정 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기존 경영진을 배제하고 외부로부터 영입한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했었다. 그 결과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기업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법정관리 신청을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2006년 통합도산법 신설 당시 DIP 제도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이 제도 하에서도 만약 현 경영진이 부실 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있거나 횡령·배임 등의 문제가 있으면, DIP를 적용하지 않고 법원이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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