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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기회유용과 현대자동차 사례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7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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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기회유용과 현대자동차 사례

주식회사의 이사는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할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회사기회유용 금지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2011년 상법 개정 시 도입된 제도 중 하나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법원은 아직 회사기회유용 금지를 비롯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적용함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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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영업과 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 자연히 회사의 이익을 가로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그냥 방치한다면 이사는 본인 혹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 또는 소수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상법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사는 이해관계 충돌 상황에서 항상 회사 또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라고 부른다.

 

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회사와 부당하게 경쟁하거나 회사의 인력, 시설, 자금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유용해서는 안 된다. 회사기회유용 금지의무도 이로부터 파생된다. 또한 이사들의 보수가 과다하거나 불공정하게 책정되어서도 안 된다. 일부 주주에게만 보수 형식으로 이익을 부여해 주는 것도 역시 충실의무 위반이다. 자본시장법에서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 역시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증권거래를 함으로써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행위로서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행위로 본다. 대규모 기업그룹에서 지배주주(회장) 일가가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지배주주 및 이사의 소수주주에 대한 공정의무(fairness to minority shareholders)는 충실의무의 하나로써 특히 중요하다. 지배주주와 그 지시를 받는 이사가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이익을 독점할 목적으로 신주발행, 이익배분 등에 있어서 소수주주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모두 충실의무 위반이 된다. 나아가 경영권 분쟁 상황, 예컨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에 주주총회에서 대립이 있을 때 이사가 공정한 중립을 지키지 않고 지배주주의 편을 드는 것 역시 충실의무 위반이다. 회사의 합병, 분할 등을 진행함에 있어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을 불공정하게 정하거나 지배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분할하는 것도 역시 충실의무 위반이 된다.

 

회사기회유용 금지의 법리
우리나라의 사법 현실은 아직 이사의 충실의무를 윤리적인 선언 규정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 적용 및 집행에 있어서 대단히 소극적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성 및 개선책으로 지난 2011년 상법 개정 시 도입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회사기회유용 금지 제도이다. 이 제도는 미국 판례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중 하나로 요구되는 회사기회유용 금지 법리(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doctrine)를 본받아 만든 것이다. 이는 이사 등 회사의 경영자는 회사에 속하는 영업기회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써 이에 위배하여 이사가 얻은 이익은 전부 박탈하여 회사에 귀속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미국의 판례상 이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은 이사가 이용한 기회가 회사의 영업영역 내에 있을 때이다. 영업영역 내에 있다고 함은 문제된 거래에 관하여 회사가 그 기회를 이용할 능력과 경험이 있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SK그룹의 계열사인 SK C&C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는데 입법의 목적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현대차 그룹의 지배주주가 글로비스라는 물류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그룹의 물류업무를 독점함으로써 큰 이익을 본 사례이고, 후자는 SK그룹의 지배주주가 SK C&C라는 시스템통합(SI) 회사를 통하여 비슷한 방법으로 회사의 이익을 키운 사례이다.

 

현대자동차와 글로비스 사례
글로비스는 2001년 2월 현대자동차 그룹 내의 물류업무를 담당할 목적으로 설립된 물류 전문업체이다. 설립 당시 글로비스의 지분은 정몽구 회장이 40%, 그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60%를 보유하였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물류사업 경험이 전혀 없던 글로비스에게 소위 ‘물량 몰아주기 거래’를 하였는데, 2001년 3월부터 2004년 6월까지 거래 규모는 합계 5,687억 원에 달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물량 몰아주기 거래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지원행위로 보고, 2007년 10월 현대자동차에 50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현대자동차는 2007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다. 경제개혁연대 등 현대자동차의 소수주주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의 이사들이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회사기회를 유용하였다는 이유로, 2008년 현대자동차의 회장과 사장 등 이사들에 대하여 1조 900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주주대표소송이란 회사의 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현대자동차의 이사인 정몽구 회장 등이 현대자동차의 회사기회를 유용하였는지 여부이고, 둘째는 정 회장 등이 부당지원행위를 지시함으로써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입혔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이 중 두 번째 쟁점에 대하여는 정 회장 등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첫 번째 쟁점 즉, 정 회장 등이 회사기회를 유용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기회 유용에 관한 원고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글로비스가 수행하는 운송 내지 물류 업무는 각 계열사들의 제조활동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업무이다. 그런데, (1)현대자동차 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통합물류회사인 글로비스를 설립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해 온 사실이 있었고, (2)통합물류회사를 만들 경우 막대한 이득이 기대되며, (3)물류업무는 현대자동차의 업무상 중요한 사업영역이고, (4)당시 현대자동차로서는 충분한 재정적 여력이 있었으므로, 글로비스의 물류사업은 현대자동차의 사업기회에 해당한다. 그리고 피고 정몽구 회장 부자는 스스로 글로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거래를 비밀리에 실행하였는바 이는 현대자동차의 사업기회를 박탈한 회사기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의 판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업기회란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이고, 회사기회 유용으로 이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사업의 기회가 회사에 현존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업 기회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 내에서 사업의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경우라든가 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기회를 제안 받은 경우 등이다. 이러한 해석 기준에서 보면, 글로비스의 설립이 현대자동차에게 현존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업기회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결국 법원은 정 회장 등이 회사기회를 유용하였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고, 단지 글로비스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지시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점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정 회장에 대하여 회사에게 826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원, 피고 쌍방이 항소를 포기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아가 정몽구 회장은 경제개혁연대와 정몽구 회장의 글로비스 보유 지분 18.11%를 현대자동차에게 매각하기로 약속함으로써 사건이 정치적으로 종결되었다.

 

향후 과제
법원은 회사기회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현존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업기회’ 여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미국과 달리 그 범위를 대단히 좁게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선례가 없는 사건에 있어서 보수적인 법원이 과감하게 적용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이사의 충실의무 적용에 소극적이어서는 지배주주와 그 지시를 받는 이사에 의한 회사의 부의 이전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위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경제개혁연대가 주장한 회사의 손해액은 1조원이 넘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산한 부당지원 액수만도 1,400억 원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단지 826억 원의 손해배상만을 명하였다. 그 나머지 이익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법원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한 회사라는 법인격을 이용한 부의 분배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왜 이사의 충실의무가 특히 강조되고 법원에 의하여 광범위하고 엄격하게 적용되는지 우리나라 법원도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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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흥 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사법연수원 18기로 수료(1989)한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삼성그룹(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사내변호사, 미국 폴 헤이스팅스 법무법인, 법무법인 광장 및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를 지냈다. 회사법, M&A, 금융, 증권, 보험, 사모펀드, 영업비밀, 지적재산권, 벤처 등의 전문분야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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