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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신주인수권과 삼성특검 판결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3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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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신주인수권과 삼성특검 판결

주식회사의 주주는 각자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회사지배에 있어서 비례적 이익을 보유한다. 이는 주주의 신주인수권 제도에 의하여 보호된다. 하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주주가 아닌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도 허용된다. 이와 같이 신주를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발행하게 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되고, 심한 경우에는 회사의 지배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삼성특검 판결은 이러한 경우의 법적 책임을 다룬 중요한 판결이다.

 

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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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주주가 자본을 출자하여 만든 회사이다. 주주는 여러 명인 경우가 보통이지만 개중에는 1명이 자본을 모두 출자하는 수도 있다. 이러한 회사를 1인 회사라고 부른다. 1인 회사의 경우에는 주주 1명이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수에 비례하여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주주총회에서는 각각의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 수에 따라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주주의 권리를 ‘회사지배에 대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proportionate interest)’이라고 한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

주주의 비례적 이익은 기존 주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권리이다. 이를 계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회사의 자본을 증가시키는 신주발행을 할 때에도 기존 주주에게 그 보유주식 수에 따라 신주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주주의 신주인수권(preemptive right)이라고 한다. 신주발행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 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모두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일종인데, 전환사채에는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고, 신주인수권부사채에는 장차 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다. 

그런데 회사가 신규투자를 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기존의 주주가 그 재원을 모두 자본금으로 조달할 능력이 있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존의 주주가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이 있는 제3자에게 주식을 주고 자본금을 납입받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dilution)되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은 침해된다. 심한 경우 제3자에게 회사의 지배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회사의 성장을 위한 자본금의 조달’과 ‘기존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우리 상법에서는 신주를 발행할 경우 주주에게 우선 배정함으로써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지킬 기회를 부여하되, 특별히 재무구조의 개선이나 신기술의 도입 등 회사의 경영목적상 필요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제3자에게도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자간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경영상 목적에는 지배권 이전 목적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까? 삼성특검 판결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형해화 시킨 두 건의 신주발행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권이 오너3세에게 이전된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다.

 

삼성특검 판결

2008년경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특검 사건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권 이전(3세 상속)을 위한 두 건의 신주발행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었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 및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그것이다. 발행에 관여한 임원들이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되었다. 삼성그룹의 3세들에게 헐값으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10월 30일 이사회를 열어 무기명식 전환사채의 발행을 결의하였다. 전환사채의 총액은 약 99억 원, 자금의 사용목적은 시설자금, 사채의 배정방식은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되 실권시에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제3자에게 배정, 주식으로의 전환가액은 1주당 7,700원이었다. 당시 전환사채를 배정받은 주주들 중 제일제당(현재의 CJ 그룹)만이 그 지분비율(2.94%)에 따른 인수청약을 하였고, 나머지 주주들(97.06%)은 모두 인수포기를 하였다. 이에 삼성에버랜드는 이사회를 개최하여 주주들이 실권한 전환사채를 삼성그룹의 3세들에게 배정하는 결의를 하였고, 이들은 같은 날 인수청약 및 대금납입을 완료했다. 그 후 3세들은 전환권을 행사하여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었다. 당시 삼성에버랜드는 긴급하고 돌발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지위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지배주주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배주주이다. 그러므로 삼성에버랜드를 갖게 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나중에 제일모직과 합병되고,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되어, 현재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한편 삼성SDS는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전 발행주식 총수 1,200만주, 액면가는 5,000원, 자본금은 600억 원인 회사였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2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총액 230억 원의 분리형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자금의 사용목적은 사업자금 및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 명목이었으나, 당시 긴급하고 돌발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1주당 7,150원이었다. 삼성SDS는 다음 날 23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고, SK증권이 이를 총액 인수하여, 사채권과 신주인수권증권으로 분리하였다. 그 후 분리된 사채권은 SK증권으로부터 중간 인수자인 삼성증권을 거쳐 삼성그룹의 3세 등 6명에게 양도되고, 신주인수권증권은 SK증권으로부터 직접 위 6명에게 양도되었다.

 

주주배정 방식이냐 제3자배정 방식이냐

이와 같이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목적 및 경위는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발행되었다가 기존 주주들이 대부분 실권한 후 그 실권된 전환사채를 3세들이 인수하였다. 반면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처음부터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되었다. 

얼핏 보기에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 절차상의 차이 하나가 배임죄의 판단에 있어서 운명을 갈랐다. 삼성특검 당시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의 경우 무죄를 선고하였다. 비록 헐값 발행(당시 삼성에버랜드 주식 1주당 순자산가치는 223,659원이었는데, 전환가액은 7,700원이었다)이기는 하지만 회사에 손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배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주주 배정의 경우는 반드시 발행가액을 시가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주주 전체의 이익과 회사의 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급박성을 감안하여 경영판단에 따라 자유로이 그 발행조건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위 대법원 판결에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되었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되었다. 주주배정과 달리 신주 등의 제3자에 대한 헐값 발행은 회사에 손해가 되고 따라서 이를 결정한 임원들은 배임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제3자에게 헐값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면 주식의 공정한 가치와 비교해 볼 때 그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 회사의 자산을 증가시키지 못한 결과가 되어 회사에 손해라는 것이다. 위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삼성SDS 주식의 당시 적정가격을 1주당 14,230원으로 보았으니,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인 7,150원과의 차액만큼이 회사의 손해인 셈이다. 

이와 같이 두 회사 발행 사채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유죄와 무죄로 갈리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존중했느냐 아니었냐였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는 주주배정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 발행 목적이 정당한지, 발행가격이 공정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삼성SDS의 경우는 제3자 배정 방식이었기 때문에 발행목적이 정당한지, 발행가격은 공정한지를 따져 보아야 했고, 그 결과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일단 법논리적으로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지나친 형식논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의 기업현실 때문이다. 신주 발행시 우선 주주배정을 해 놓고 그룹 회장의 지시로 주주들에게 전부 실권을 시키는 것이 가능한 한국 기업경영의 현실은 반영되지 않았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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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사법연수원 18기로 수료(1989)한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삼성그룹(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사내변호사, 미국 폴 헤이스팅스 법무법인, 법무법인 광장 및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를 지냈다. 회사법, M&A, 금융, 증권, 보험, 사모펀드, 영업비밀, 지적재산권, 벤처 등의 전문분야를 다루고 있다.

·서울대 법대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Harvard Law School LL.M.(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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