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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와 로펌변호사의 역할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4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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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와 로펌변호사의 역할

대형 로펌에서 다루는 M&A 등 기업법무는 단기간에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고도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이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법률지식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번득이는 천재성보다는 꾸준하게 일하는 성실성이 요구된다. 대형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장급 변호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이 여러 개성 있는 변호사들을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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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력을 곁들인 조금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풀어나가 보려한다. 필자는 법조경력을 판사로 시작했다. 알다시피 판사는 민사와 형사 사건에서의 재판 및 판결선고가 주된 업무이다. 반복되는 재판 업무에 지친 필자는 평소 해보고 싶던 기업법무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마침 삼성그룹에 입사할 기회가 있었다. 삼성그룹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IMF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기아, 쌍용, 대우 등 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와중에 삼성그룹도 삼성자동차의 사업실패로 큰 어려움이 닥쳐 왔다.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을 볼보에 매각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에서 진행된 많은 구조조정 작업에 법률자문 역할로 참여하면서 M&A와 기업법무, 기업재무(corporate finance), 기업회생 및 도산법에 눈을 뜨게 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안정을 찾게 되자 뜻하지 않게 삼성특검 사태가 일어났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등이 문제되어 삼성그룹의 회장과 경영진이 배임죄로 기소되었다. 필자는 사내변호사로서 이러한 과정을 수습해 가는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와 임원의 책임, 배임죄의 적용 문제 등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되었다. 이후 삼성그룹을 나와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면서 M&A 등 기업법무와 기업소송의 일선에서 뛰게 되었다. STX, 한화, 동부, SK 그룹 등 많은 기업의 구조조정 및 M&A 업무를 직접 처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많은 기업과 개인 고객들의 크고 작은 법률문제를 도와 주고 있다. 

필자가 걸어온 길은 조금 특이하다. 지금은 필자와 똑같은 길을 걷고 싶어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제도가 정착되면서 이제는 기업법무를 경험하고 싶으면 졸업과 동시에 대형 로펌에 입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M&A로 대표되는 기업법무는 대형 로펌의 전매특허와도 같기 때문이다. 여러 국내외 매체에서 M&A 업무수행 실적을 기준으로 로펌 순위를 매기고 있고, 대형 로펌들은 여기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리고 대형 로펌에서 기업법무 업무를 하기 원하는 로스쿨의 예비 변호사들은 회사법, 조세법, 노동법, 공정거래법 등 M&A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법 과목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효과적인 법률자문 하기 위해 기업경영 이해 필요 

M&A는 기업이 주체가 되는 가장 극적이고 규모가 큰 경제활동이다. M&A의 결과에 따라 기업의 성공 혹은 실패라는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SK그룹이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등을 인수하여 비약적으로 성장해 온 경우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반면에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등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이로 인하여 그룹의 모체마저 무너져 버린 경우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거래이기 때문에 투자전문가뿐 아니라 회계전문가, 법률전문가 등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로펌변호사는 효과적인 법률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필자와 같이 직접 기업 내부에서 경영을 경험해 본 경우라면 더욱 좋다. 

과거 법과대학과 사법시험, 사법연수원으로 대표되는 법조인 양성시스템으로는 이러한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길러내지 못했다. 현재의 로스쿨 시스템도 별로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로펌 현장에서의 도제식 교육과 경험의 습득을 통하여 기업법무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대상 산업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 법률 스킬을 배울 수는 있지만, 그 외의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 관심 있는 산업의 동향이나 관련 전문지식은 각자 알아서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활약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국제금융에 정통해야 한다. 파생금융상품이 무엇이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관련 법률자문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법률공부도 힘에 부치는데 어떻게 대상 산업의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출 수 있을까? 처음에는 선배 변호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우는 수밖에 없다.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철저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 해당 업계의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지식과 정보가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의 법률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즉 변호사는 같이 일하는 사람을 통해서, 심지어는 적군을 통해서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동안 처리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에서 협상 상대방의 업무 처리 스킬을 보고, 때로는 감탄하면서, 또 때로는 흉내내면서, 이를 내 것으로 만든 적이 실제로 많이 있다.

 

리더십 갖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도  필수 항목

기업법무를 주로 처리하는 로펌변호사는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 보다 유리할까? 흔히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그 실상을 밖에서 알기는 어렵다. M&A 등 프로젝트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단기간 내에 많은 양의 서류와 정보를 처리해서 보고서와 문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필수이다. 그러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할까? 보통 한 달에 200시간 정도는 해야 한다. 200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위 200시간은 고객에게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순도 높은 시간이다(‘billable hours’라고 한다). 이만큼의 billable hours를 만들어 내려면 보수를 청구할 수 없는 시간, 예컨대 일반 사무 및 행정적인 업무 처리 시간, 내부 보고서 작성 시간, 제안서 작성 시간, 대외활동 및 공익활동 소요 시간 등까지 합치면 적어도 한 달에 300시간은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물론 밥 먹는 시간, 휴식 시간, 친구와 전화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로펌에서의 일의 성격과 그에 대한 금전적 평가가 이와 같이 정량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창의적이거나 자유분방한 사람은 로펌변호사의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 고객에게 수백억,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처리해 주었다고 해 보자. 변호사 보수에 대한 정성적 평가 금액은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billable hours로 계산되는 정량적 평가로는 불과 1~2시간의 보수(금액으로는 수십만원 선)밖에는 청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로펌변호사는 천재일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 및 뛰어난 체력을 갖추고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법무 로펌변호사는 동료들과 협력이 중요

기업법무를 주로 하는 로펌변호사는 동료들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대형 프로젝트는 혼자 또는 몇 명이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팀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로펌 외부에서 일하는 고객 회사의 직원들과 회계사, 세무사 등의 외부 전문가까지 합치면 수십명이 투입되는 것은 다반사이다. 그러므로 리더십과 조직력, 조화로운 성격 등이 요구된다. 실제로 협업 관계에서 한 명이 독불장군이거나 게을러서 맡은 임무를 펑크 내면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면 그런 변호사와는 다시는 아무도 같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개성이 강하고 자부심이 강한 전문가들의 세계에서 자기를 낮추고 남들과 협력관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고객들과 직접 접촉하는 선배 파트너 변호사들은 후배의 실수도 뒤집어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리더 격인 변호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은 존재이다. 프로젝트에 적합한 변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역할 분담을 잘 시켜서 최고의 업무성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천성적으로 이러한 협업이 적성에 맞지 않고 솔로를 즐기는 스타일인 경우는 기업법무를 하기보다는 고독한 검투사와도 같은 송무변호사를 하는 것이 더 낫다. 

필자는 대형 로펌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규모의 로펌에서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로펌 규모상 대기업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과거에 쌓아 왔던 치열했던 경험은 대형 로펌을 가기 어려운 중견, 중소 기업들의 현안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알찬 밑거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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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흥 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사법연수원 18기로 수료(1989)한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삼성그룹(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사내변호사, 미국 폴 헤이스팅스 법무법인, 법무법인 광장 및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를 지냈다. 

회사법, M&A, 금융, 증권, 보험, 사모펀드, 영업비밀, 지적재산권, 벤처 등의 전문분야를 다루고 있다.

·서울대 법대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Harvard Law School LL.M.(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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